경기침체 공포 금융시장 강타

시장 불안감 부추긴 방아쇠는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2019-08-15(목) 20:42
경기침체 공포’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국을 넘어 아시아 증시까지 먹구름을 드리우며 시장이 요동쳤다. 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긴 방아쇠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었다.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수익률)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13년 만에 찾아온 장단기 금리 역전에 시장은 바짝 움츠러들었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는 장중 1.619%까지 떨어졌다. 2년물 미 국채 금리(1.628%)를 밑돌았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 수익률을 앞선 것은 2007년 6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당시 미국은 금리 역전 이후 일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통상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은 단기채보다 금리가 높다. 자금을 오래 빌려쓰는 기간에 따른 투자 위험을 높은 금리로 메워줬기 때문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다. 경기와 물가 전반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금리 등에 영향을 준다. 한 전문가는 “미국채 10년물에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 가격이 올랐다(금리 하락)”며 “상당수 채권투자자가 앞으로 미국 경제가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장기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은 1978년 이후 모두 5차례다. 평균 22개월 이후 예외없이 경기침체가 나타났다.

장단기 금리 역전에 놀란 시장이 더 흔들린 것은 중국과 독일 등 주요국의 경제지표 부진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두 나라 경제 둔화 조짐이 ‘경제 침체’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는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4.8%(전년 동기대비)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경제 성장세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1% 감소하며 ‘역성장’ 했다. 커지는 ‘R의 공포’는 미국 주식 시장을 흔들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05% 급락한 2만5479.42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하루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전날보다 3% 가량 하락했다.
증시 급락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때리기에 나섰다.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정신 나간(crazy)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며 “우리는 쉽게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는데 연준이 다리를 잡고 있다”고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다시 한번 압박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R의 공포는 아시아 증시로 번져왔다. 15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동반 하락했다.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미국의 성장률이 한풀 꺾이고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 증시는 이날 광복절을 맞아 휴장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1.21% 내렸다. 대만 가권지수는 전날보다 0.96% 하락했다. 호주 증시는 전날보다 3% 가까이 급락했다. 중국 증시는 하루 내내 고전하다가 소폭 반등(0.25%)하며 마감했다.
권병찬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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