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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UAE 수출 원전 변심 불러

정부는 자화자찬, 원전계는 분통

2019-06-25(화) 05:46
우리나라 업체에 최소 15년의 장기정비계약을 몰아줄 것으로 기대되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原電) 운영 업체 '나와'가 계약 조건을 사실상 '단순 하도급' 수준으로 축소한 것은 우리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24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계약 조건 변경에 대해 UAE 측에서 '한국의 원전 정책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도 자료에 명시했다"고 했지만, 원전 업계와 학계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며 국내에서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마당에 UAE가 60년짜리 장기정비계약을 한국에 몰아줄 리는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나와는 당초 우리와 협상 중이던 '장기정비계약'(LTMA)을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으로 바꿨다. 영어 원문으로 보면 '서비스(Service)'가 중간에 첨부된 것이다.

나와는 이날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왜 LTMSA로 바꿨는지'에 대해 "UAE 법률에 의거, 나와가 바라카 원전 정비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계약 명칭을 바꿨다"며 "나와의 주도하에 단일 업체가 아닌 복수(複數)의 협력사가 바라카 발전소 정비 용역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건 '나와의 주도권'과 '복수의 협력사'이다. 한국형 원전의 핵심 운영·정비 기술은 한국 업체들만 갖고 있는데도 나와는 한국 업체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업체들과도 정비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계약 기간도 당초 우리가 기대한 15년이 아닌 5년으로 줄었다. 5년마다 양측의 합의로 갱신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국제 상거래 특성상 5년 후 나와가 정비 계약 단가를 깎거나 다른 나라 업체에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5년 후에는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가 상당히 진행됐을 시점이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핵심 기술과 인력 등 원전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될 것이란 점이 UAE의 변심을 불렀다"며 "한국이 원전 산업에서 빠지고 나면 스스로 원전을 가동하고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플랜 B를 가동한 것"이라고 했다.이번 장기정비계약 체결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은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업들이 원전 정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상당 부분을 우리가 담당하게 됐다는 평가를 한다"고 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무산될 뻔한 계약을 다시 살렸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정 사장은 "제가 2018년 4월 취임 후 처음 방문했을 때 UAE 측에서 '한전 KPS랑 정비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며 "그걸 내가 되살려냈다는 것은 평가를 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또다른 전문가는 "UAE 입장에선 탈원전 때문에 한국형 원전의 정비를 향후 다른 나라 업체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며 "그걸 자꾸 '탈원전과 상관없다'고 하는 우리 정부의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라고 말했다.
권병찬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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